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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여행하다 구박받기
[244] - 여섯아들엄마경림ssf***
요즘 옆지기가 시간이 많아져서 둘이 짧은 여행가는 일이 몇 번 있었다. 몇 주 지나면 이런 짬 내기 쉽지 않을거라며 옆지기가 서둔 탓이다.
제주도 한라산 올라가 보기로 하고 떠나기 전 날 인터넷에서 제주도 민박집을 검색해서 한 곳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거기 중문 해수용장 근처 **민박집이지요. *월*일 부터 이틀간 작은 방을 구할 수 있을까요?
네 네......그렇게 예약해 주세요. 비용은 온 라인으로 부칠께요. 계좌번호는 인터넷 홈피에 적혀있는 그대로 하면 이상 없겠죠?"
거의 이야기를 다 마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그런데 두 분이 오시는거죠?"하고 여주인이 물으신다.
나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여 "아, 네, 그게.....뭐 ..그렇죠."하고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제일 작은 방이 2인용이라고 인터넷에 써 있기도 했고, 우리 부부가 가는 여행이라 내 머릿 속에는 당연히 두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있어서 그 질문이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니 좀 이상스런 기분이 들었다. 나의 당황스런 대답이 뭔가 숨기려는 사람의 대답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제주도에 도착하여 항일 기념관과 4.3 기념관을 둘러보고 난타 공연까지 보고 숙소에 들어 가느라 밤이 꽤 깊었다. 깜깜한 밤에 숙소를 찾아 근처에서 전화를 했더니 여주인께서 차로 데리러 나오셨다.
나는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 다음 난타 공연을 보고 오느라고 늦게 도착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렇게 늦게까지 여주인님을 근무하게 하는 것도 미안한 일이니까),
그리고 뒷좌석에 앉은 남편을 '우리 애기 아빠예요'하고 소개 드리니 대답을 않으신다. 그리고 내 눈도 마주치지 않으시고 약간 아래쪽을 보고 말씀하신다. 말씀은 친절하신데 사람을 쳐다보지 않는다.
순간 나는 여자의 육감이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하, 이 분은 우리를 '그렇고 그런 사이'로 보시는구나.'
처음부터 둘이 오느냐는 질문에 더듬거리며 답했던 일, 날이 깜깜해서야 숙소에 들어 온 일, 여자가 나서서 숙소 잡고 결재하고 남자는 아무 관계도 없는 듯 뒤 쳐저 있는 일.....등등
그리고 그리 정분이 좋지 않을 듯한 5학년들이, 가족여행도 아니고 둘만 여행하는 것부터가 .....별로 흔하지 않는 광경이니......여주인께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다 싶었다.
내일 일정을 물으셔서 한라산 가고 싶다고 하니 영실코스 입구까지 가는 버스가 아침 일찍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 주시면서 버스 정류장 찾기가 쉽지 않으니 차로 데려다 주시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신세를 지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잘 주무셨냐고 서로 인사하는데 내 얼굴을 슬쩍 보신다. 눈이 잠깐 마주쳤다. 그리고는 내 신발을 물끄러미 바라 보신다.
맨발에 샌들을 신은 모양새가 등산하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그러셨느지 어쩐지 발을 좀 오-래 보셨다.
발은 가꾼테가 조금도 없다. 요즘 여성들은 여름에 맨발을 내 놓게 되면 발톱에 페티큐어를 바르는 게 예의라고들 하면서 가정부인들도 다 발톱에 예쁜 색을 칠한다. 그러나 손톱 메니큐어 바르는 것도 답답해 하는 내가 발톱에 뭘 바를 생각은 당연히 없다. 발 뒤꿈치는 껍질이 군데군데 벗겨져 거칠거칠하다.
주인 아주머니는 그제서야 우리 사이가 서로 있는 것 없는 것 다아 까발리고, 흠도 결점도 약점도 다아 공유하는 속 편한 사이라는 것을 인정하시는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상대 남자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이라는 것을 아신 모양이다. 그제야 화장도 안한 내 얼굴을 쳐다보며 밝게 웃으신다.
이런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시류에 밝다. 그리고 눈치도 빠르다. 나는 본의 아니게 오해 받을 뻔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두어 번 더 있었다.
강원도 시골 마을 버스 정류장에 시외버스를 타려고 매표소에 들렀다. 시골 버스 정류장 매표소는 거의 다 버스표도 팔면서 음료수나 과자나 삶은 달걀도 파는 작은 가게를 겸하고 있다.
내가 버스 시간을 물으니 주인 아주머니는 파리채로 과자 봉지를 탁탁 때리면서 뭔가 화를 내고 있었다. 나는 순간 '이건 손님에게 하는 행동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고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다.
파리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화를 내며 무슨 소리를 하시는데 잘 알아 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것들이 여기까지 날아 와 가지고 어쩌고....'하는 투였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것은 파리에 빗대어서 나를 욕하고 때리는 것이었다.)
제주도에서 오해를 받은 경험이 있건 만 그것을 금방 눈치 채지는 못한 나는 순간 내가 물건을 팔아 주지도 않고 시간만 물어 봐서 귀찮아서 그러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버스표를 사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남편과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어 화장실에도 다녀 오는 동안 이 가게 아주머니도 우리가 '어색한 분위기의 사이'는 아니라는 감이 들었는지 비로소 나를 똑 바로 바라보고 밝게 웃으신다.
우리 곁에는 커플 티를 입은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녀가 서로 마주 보며 목에 서로의 팔을 두르고 오래 끌어 안고 있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관광지의 기성세대들은 지금 기분이 좋질 않다. 사람들아 많이 몰려 와서 지역 경제가 좋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미혼의 어린 남녀가 같은 방에 잠을 자고 가고 그 치닥거리로 돈을 번다는 것부터 기분 썩 좋은 일은 아니다. 어린 것들은 아직 어리니 또 그렇다 치고, 앞으로 결혼할 사이겠거니 여기면 그만이지만, 거기에다 한 술 더 떠서 요새는 혼인의 순결도 내팽개쳐진지 오래라 늙어가는 것들도 둘이 들러 붙어 다니니 세상 말세 아닌가. 말세가 왔어도 그 꼴을 보고 콱 죽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세상을 바로 잡아 놓지도 못하고 그냥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야하는 세월이 답답하고 미운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는 지리산 자락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재현 되었다.
그 정류장은 너무 작은 정류장인 통에 두 시간만에 버스 한대가 서는 곳이었다. 가게에는 주인이 없어서 우리는 얼음과자가 사 먹고 싶어고 살 수가 없었다.
나는 그늘진 곳에 놓인 평상 끝에 앉았다.
주인도 없는데 가게에 물건도 팔아 주지 않으면서 시원한 평상에 앉아 있는 것이 미안하여 끄터머리에 엉덩이를 조금만 걸치고 엉거주춤 앉아 있었다.
조금 있으려니 주인인 듯한 아주머니가 길을 건너 오시는데 나는 가게 주인이 맞나 살펴 보려고 눈을 떼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맞는 듯하여 여기에 한 시 십오분에 하동가는 버스가 지나가는게 맞냐고 물었다. 그런데 대답을 안하신다.
얼음 과자를 살까 생각하였지만 마침 남편이 화장실을 찾아 길 건너 경찰서에 갔기 때문에 얼음 과자를 살 수도 없었다. 화장실을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남편이라 그 새 얼음과자가 녹아도 난감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아주머니가 길을 건너 오시는데 건너편 식당에서 나오시는 걸로 보아 그 식당 주인이신 모양이다. 나는 여기서 서울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는지 물어 보았다. 그 분은 여러가지로 길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그 분이 말씀하시는 중간에 갑자기 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큰 소리를 콱 내질렀다. 너무 큰 소리고 갑작스럽게 하는 소리라 무어라 말씀하셨는 지 알 수 가 없다. 더구나 나를 보고 하시는 말씀인지 아닌지 가늠이 안되었다. 나는 옆에서 갑자기 벼락이라도 떨어졌나보다 하는 생각 밖에 달리 아무 생각이 안났다.
그러더니 "당신 어디서 왔어?"하고 큰 소리로 물으신다.
두 시간에 한 번씩 버스가 서지 않는 이 시골 동네에 올 사람이라곤 빤한데, 뜬금없이 낯선 남녀가 와서 버스 시간을 묻고 서울이 어느 쪽에 붙었는 지도 모르고 앉았으니 신상을 캐 물으시는 것이다. 말하자면 넌 누구냐? 이 뜻이다.
그 때까지 목소리 괄괄하신 아주머니의 심기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던 나는 순진하게도 우린 서울에서 왔는데 남원에서 뱀사골로 들어가 민박을 하고 지리산을 넘어 피아골 산정에서 자고 아침에 이 골짜기를 따라 내려왔다고 했다.
마침 화장실에 다녀온 남편에게 나는 아침에 했던 말을 또 했다.
"아빠 우리 집에 가자. 어제 너무 심하게 걸은 탓에 어딜 더 간다는 것이 무리야."
사실은 통영에 들러 이순신 장군께서 시조를 읊으신 수루라는 정자에 앉아 보고 싶었고, 그 때 오해를 받고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시 백의 종군하여 우리나라를 지키신 그 크신 마음 앞에 감사의 절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남편은 이번 주 아니면 다시는 시간 내기가 어려울터이니 걷는 시간은 줄이고 버스 타고 돌아 보자고 하였다.
우리 대화를 들은 아주머니들은 그제서야 우리 사이가 자기들이 짐작한 것과는 다르다는 확신을 하신 것 같다. 내게 소리 빽 질렀던 괄괄한 아주머니는 이제 나를 보고 활짝 웃으신다. 그 때까지 아줌마 마음을 정확히 읽지 못했던 나는 '왜 웃으시나......'속으로만 생각하였다.
버스를 타고 나니 비로소 괄괄한 아주머니의 소리지른 마음과 다시 환하게 웃음을 보여 준 마음이 해석이 되었다.
나는 내가 꽤 눈치가 빠르고 남의 의도를 잘 파악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첫번 째를 빼고 나머지 두 번은 얼른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파리채로 없는 파리를 잡는 듯 과자를 팍팍 털던 아줌마를 보고 '이건 손님한테 하는 투가 아닌데.....' 하면서도 마음을 몰랐고, 나한테 소리를 빽 지르시던 아줌마의 마음도 몰랐다. 여러 번 학습 했으면서도.....
다음에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구박 받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가야겠다. 그리고 밑줄 그어 가며 외워야겠다.
오십대 중반에 남편과 둘이 여행다니면 불륜 사이로 오해 받기 쉽고, 시외버스 표 파는 아줌마들에게 똥 파리 취급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그리고 누가 까닭없이 내게 화를 내면 그건 이 세태를 미워하는 분들의 화라는 것을 빨리 알아채야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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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여행, 오해, 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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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 | 3 | 400 | 09.09.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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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th1004 | 5 | 850 | 09.09.09 |











